쉬는날 뭘해야하나...
지난 주...
같이 일하는 한분의 병원 입원으로 인해
원하지 않은 일복(?)이 터진 관계로다가
피로 누적이 심했는지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커브를 타고 나가질 않았다.
아니 사진을 찍을 생각자체를 안했다 그냥...
맑을 줄 알았던 날씨도 회색빛 구름잔뜩 날씨였고,
원래 동해바다를 보려고 했던 오늘이였는데
부산시내 관통하는데 무려 2시간이나 걸린다는 소식에...
얼리버리로 길을 나서야 넉넉한 시간과 넉넉한 체력으로 사진을 담을수 있을듯하여
그냥 포기하고 집에서 쉬기로 했다.
온다는 사람을 딱히 본것 같지 않았는데
12시가 되자 안오냐는 물음에...
"에??..."
하고 잠시 놀래기도 했었다.
그냥 다음에 열심히 찍어드리는걸로다가 뭐...
좀 이른 점심을 먹고
집 옥상에서 이번에 당근한 텐트 피칭도 한번 해보고
물론 팩킹할 곳이 없는 관계로다가 완전설치는 불가고
대충 폴더 넣어서 전체적인 크기와 설치법만 확인했다.
지금은 단종되서 구하기 힘든
네이처하이크 클라우드 투어러라
당근에 올라오자 마자 찜해놓고 가격이 떨어지자마자 주서온 텐트였다.
모캠하는 사람에겐 오돌이도 텐트안에 주차해둘수 있는 아주 좋은 텐트라서
단종된게 아주 아쉬웠던 텐트였는데
마땅히 들고갈 난로도 없고
당장 현생이 빡세서 일요일도 쉬는 마당에 지금 당장 모캠은 어렵고
조금더 따뜻해지고 꽃들이 피기 시작하면 노숙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진득하게 노숙을 즐겨봐야지
집근처 살던 아는 동생놈이
이번에 이직하면서 진주로 자취를 시작해서
오돌이 가지러 본가온김에 얼굴도 보고
슬라이드 필름 마운트도 챙겨줄겸 겸사겸사 집근처 스벅으로 약속을 잡았다.
나가려는데 하늘에서 먼가가 떨어지길래 자세히 보니 빗방울...
오늘 바리 안나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과
우산을 챙겨나가며 문득 드는 글마의 생각...
진주까지 우중바리 하겠네 싶었다.
뭐 내가 비맞는게 아니니 괜찮...ㅋㅋ
은행나무가 노래지기 시작할무렵 찍었던 사진인데
물론 스캔된 사진은 약간의 보정을 해서 보내줬었지만
슬라이드 필름은 두달이 지난 지금 주고있다.
이 아날로그 취미 같으니라고...ㄷㄷ
대충 마운트를 키링으로 만드는 방법 가르쳐주고
필름을 오려서 마운트하는 방법도 가르쳐주고
필름 보관하는 방법도 알려줬다.
그냥 놔두면 오래 보관 못한다니까
뭔 신주단지 모시듯이 모시길래
장당 800원짜리 필름을 뭔... 보물처럼 만지냐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그날의 빛을 저장해둔 낭만있는 필름이지만
언제든 필름과 카메라만 있으면 또 찍을수 있는 사진이다보니
이참에 네놈도 필름에 입문해보면 어떻겠냐 했드만
지금 가지고 있는 카메라도 잘 안찍는다고...
뭐... 사실 나도 최근엔 카메라만 들고 나갔지 사진을 많이 담아내진 않았으니 할말은 없다만...
무튼 나간 김에 흑백필름 10장정도 남은게 생각나서
다 태우고 들어왔다.
om-1에 들어있는지라 노출계를 믿기 힘들긴 하지만
회색회색한 오늘 하늘과 좀 잘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에 남은 필름을 열심히 태웠다.
토욜이나 일욜 사이에 현상맡기러 가던가 해야지
스벅에서 나오니 빗줄기가 제법 강해졌고
축축한 시트에 올라타 굉음을 내며 사라지는 글마의 뒷모습을 보며
커브 안타고 나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우산을 쓰고서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다.
푹 쉰것 같으면서도
정신은 또 푹쉰것같지 않은 애매한 뭐 그런 기분이다.
아직 퇴원 연락이 없는걸 보니
다음주도 많많치 않은 물량의 연속이 기다릴것 같은데
간단히 술이나 한잔 들이키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