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일기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쳐 맞기 전까지

grayseaky 2025. 6. 16. 15:02

지난 일주일동안 의도치 않은 감량까지 했었다.

이른바 카보로딩이라 하는 마라토너들이 하는 식단이자, 요즘은 격투기 선수들도 하는 

나야 고작 하프대회를 준비하는 중이였지만

올해 11월 제마 풀코스를 앞두고 있어서

테스트겸 또 첫 하프를 좋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챗지피티의 도움을 받아 일주일간 힘들었지만 나름 의미를 두고 진지하게 진행했었다.

 

키 174에 몸무게 66.2를 기록하는 중이라

어떻게 보면 마라톤을 뛰는데 있어 괜찮은 비율이였다.

과거 자전거를 열심히 타던 자덕시절에도 

몸이 가벼워 남들보다 업힐을 보다 쉽게 오를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내 최대고민거리는

흔히 말하는 봉크에 있었다.

 

장거리 컨디션을 유지하고자 할때

나는 항상 남들보다 빠르게 허기짐을 느꼇고

항상 골지점을 앞에두고서 같은 팀 라이더들에게 밀려

늦게 도착하곤 했다.

 

혹은 중간에 퍼져 팀원들에게 짐이 되기도 했다.

이게 달리기에서도 영향을 받을수 있단 생각에

고갈주를 통해 체내 글리코겐을 소진시키고

고탄수화물 식단으로 서서히 채워나가면

하프코스를 가혹하게 뛰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였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선택은 아주 좋은 선택이였다.

대회 내내 허기짐은 없었고

근육통이나 남은 거리에 대한 두려움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대회는 대실패였다.

 

그간 10k 대회에서의 호성적으로 

잠시나마 내 수준이 빠르게 성장한다는 착각아닌 착각을 하긴 했지만

이번 대회 성적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혼자 뛰어본... 그마저도 사실 대회 페이스라기엔 조금 느린듯한

(어디까지나 vdot기준으로)

내 하프 pb는 1:57 대 기록이였다.

 

혼자 뛰어서 2시간 언더로 완주를 했는데

이번 대회 기록은 2:06:29 였다.

무려 10분정도 늦었고

내가 목표했고, 지피티가 예상한 시간보다 30분이나 늦었었다.

 

목표한 계획에 맞춰서

거리를 충분히 늘리는 훈련을 지속해왔고

템포런을 통해 젖산역치 구간도 꽤나 올렸었다.

인터벌 훈련을 뺀 훈련일정이라 스피드가 부족했지만

4:50~5:10 사이의 페이스로 레이스를 하면

목표한 1:45 대에 기록으로 완주 할 수 있을꺼란 계획이였는데

 

출발하고 3k구간을 통과할 무렵부터 

냉정하게 판단해도 이 페이스로 레이스는 불가능하단 판단이 들었다.

 

사실 훈련때 기준으로 본다면 

그 페이스가 역치구간이였고

심박수가 165~170대를 유지해야했을텐데

내 심박은 180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미친듯이 뛰는 심장을 달랠려고 페이스를 계속 내렸지만

이미 28도를 넘은 기온과

90프로를 넘어선 습도는 

내 체온을 더 뜨겁게 만들어 계속 180대의 심박을 유지하게 했다.

 

5:30 의 페이스로 완주를 한다면 2시간 내 완주가 가능하단 생각에

마라톤 페이스의 속도는 점차 내려와 조깅수준까지 왔지만

반환을 돌았을때 남은 거리를 55분내에 완주할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미 주로에는 응급차들이 긴급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군데군데 쓰러진 주자들 주변으로 사람들이 물을 뿌리며 정신을 잃지 않게 노력중이였다.

 

2.5k마다 있는 급수대에선 자봉하시는 분들이 물을 채우기가 무섭게 없어질 정도로

너무나도 더운날에 하프마라톤은 생지옥 그자체였다.

 

13k를 지날무렵

1시간이 넘도록 혹사당한 심장이 속도를 더 늦추게 했고

나는 결국 그때부터 걷기 시작했다.

 

몸이 아픈가? 전혀 아니였다.

허기가 져서 봉크가 왔나? 전혀 아니였다. 오히려 다리 컨디션은 출발할때와 별반 차이없었다.

더워서 빨리 골지점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몸의 경고를 무시하고 그냥 뛰었다간 119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아

심박을 내리기 위해 걷기 시작했고

그늘이 보이고 급수대가 보이면 자연스레 멈춰서 체온을 식혔다.

 

완주만 하자

어떻게든 멀쩡히 집으로 돌아가자

 

이 생각으로 남은거리를 버텼다.

온몸에 물을 부어 축축해진 상태였지만

높은 습도의 날씨는 뙤약볕임에도 불구하고 내 옷들을 말려주지 않았다.

수영하고 나온 사람처럼... 물과 땀에 푹 절어 천천히 골지점을 향해 걷뛰를 했었다.

 

18k를 넘어서서

업힐을 만났다...

 

벽같은 오르막이라 욕도 나오는 상황이였지만

이것만 넘으면 내리막이다... 골이다는 생각에 

 

같이 걷고 뛰던 주자분들과 함께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정상에서 앞에 보이는 골지점을 향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쓰러져도 주변 사람이 많으니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고

이제는 이 지옥같은 마라톤이 끝날테니 조금만 힘내면 푹 쉴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항상 골지점 앞에서 드는 생각은

내 앞에 있는 사람들 한명한명 추월하는데만 집중이였다.

힘이 드니까 별별 잡생각이 올라오는데

시계를 확인할 필요없이

그저 뛰면서 앞사람하고 간격을 좁히고 추월하는데만 집중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들어오는 주자들을 보던 결승점

통과하면서 끝났다는 안도감이 무척이나 컷다.

이제는 쉴수 있다.

집에 무사히 돌아갈수 있다.

 

생각보다 기록이 전반적으로 안좋았던 대회였고

올해 지금까지 열린 대회중 극악의 날씨를 자랑했던 대회라 말이 나오는 대회였다.

 

많은 대회를 뛰어본건 아니지만

주로에 그렇게 많은 앰뷸런스들이 다니는 대회는 처음이였다.

 

내코가 석자라 쓰러지신분을 도와드리진 못했지만

주변에 발소리 말고 다른 소리라도 들리면 깜짝깜짝 놀래긴 했다.

 

런글렛을 입고 뛴 첫대회라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들 덕분에 중간중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기도 했다.

 

13k부터 런갤 화이팅을 외치던 주자와 같이 골했는데

서로가 걸을때 서로를 추월하며 놓을뻔한 정신줄을 아슬아슬하게 붙잡아 둘 수 있었던것 같다.

 

대회가 끝나면 보통 대회에 대한 기억을 미화시키곤 하는데

이번 춘천호반은 안좋은 기억....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되는 대회로

오래오래 기억될듯 싶다.

 

당장 9월에 공주마라톤 하프코스를 뛰어야 하는데

아마 이번대회와 날씨가 별반 차이 안날듯 싶어

정말 보수적으로 계획을 잡고 무사하게 완주하는걸 목표로 해야할 듯 싶다.

 

상반기 마무리가 아쉬운 마무리가 되었지만

좋은 공부가 되었다 생각하고

좀더 단단하게 준비하는 하반기를 맞이해야 할 듯 싶다.

 

정말 쉽다면 쉬운 운동이 달리기인데

실상 파고들면 어렵다...

날씨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게

처참한 실패의 기록으로 돌아온거 보면 진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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